(BBY: 희망연합, WS: 세네갈 구국연합, YAW: 민중해방연합)
2022년 세네갈 총선 최종결과(투표율: 46.60%[-7.06])
희망연합(중도-중도좌파, 자유주의): 46.56%(-2.91), 82석(-43)
민중해방연합(포괄정당, 좌익주도): 32.85%(+14.62), 56석(+44)
세네갈 구국연합(중도, 자유주의): 14.46%(-2.21), 24석(+5)
기타 정당/무소속들: 6.13%(-9.50), 3석(-6)
집권 희망연합 단 1석차로 과반 상실하며 판정패
민중해방연합-세네갈 구국연합 여소야대로 판정승
전체 의석: 165석(지역구: 112석, 비례: 53석)
과반 의석: 83석
사이좋은 이웃국가 감비아, 기니와 함께 서아프리카의 외각에 위치하여 대서양에 맞붙어 있는 나라 세네갈은 기원전 고대 카르타고의 한노 원정대의 기록을 통해 세계사에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가나 제국, 말리 제국, 송가이 제국, 무라비트 제국과 같은 소금과 황금으로 유명했던 여러 서아프리카 거대 제국들의 통치가 이어진 후, 월로프 족의 졸로프 왕국이 성립하면서 졸로프 라이스와 같은 자체 문화가 더욱 융성해졌습니다. 한편, 세네갈 남부 해안 지역은 일찌감치 포르투갈인들의 지배를 받으면서 기독교 문화가 발달하고 카자망스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습니다.
그러나 노예와 각종 상품 무역으로 축적한 부를 노린 풀라 족에게 졸로프 왕국이 붕괴되고 기니, 세네갈과 감비아는 각기 프랑스, 영국 식민지로 나뉘며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프랑스는 20세기 초 지금의 수도인 다카르를 건설하고 유럽 출신 이민자들을 위한 기반 시설 건설 등을 이어갔으며, 구 중심지이던 생루이와 다카르, 고레 섬과 루피스크는 프랑스식 지방자치제인 코뮌으로 간주되어 아예 프랑스 본국의 일부로 인식되던 알제리 다음 가는 수준으로 대우받으면서 프랑스 식민지 동화정책의 중심지가 됐습니다.
이로 인해 세네갈은 아프리카 타 식민지들에 비해 강력한 무장 독립투쟁이 두드러지진 않긴 했으나, 프랑스 국적으로 완전 귀화한 세네갈 흑인들도 인종차별적 이유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면서 온건한 형태지만 나름의 민족 의식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표주자가 바로 레오폴 세다르 상고르 세네갈 초대 대통령으로, 젊은 나이에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아프리카인으로 최초로 고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따고 의무 군 복무까지 마친 후 나치 독일의 침공으로 포로수용소로 끌려갈 정도로 열렬한 프랑스의 동조자였으나, 본토에서 유무형의 차별을 겪은 후로 완전 동화주의에 반감을 가지게 된 데다 흑인 지식인들과 교류하면서 시인으로써 흑인들의 의식을 북돋우기 위한 네그리튀드 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이후 레지스탕스 활동을 지속하였고 전후 세네갈-모리타니 지역의 프랑스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으며, 흑인 출신으로 첫 프랑스 식민지 총독이 된 레지스탕스 후원자 펠릭스 에부에의 사위가 됐습니다.
그 후로도 프랑스 5공화국 헌법 제정에 아프리카계의 대변자로 참여하고 알제리 전쟁에서도 프랑스를 지지하는 등, 가난한 저개발 국가들이 성급하게 독립했다간 오히려 더한 경제적 예속만이 남을 것이라며 프랑스와 연결된 아프리카국가들의 연방에 대한 꿈을 놓지는 않았으나, 역사의 반식민지적 흐름이 콰메 은크루마 가나 대통령 등의 강경 독립파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1960년 아프리카의 여러 프랑스 식민지들과 함께 독립하게 됐습니다.
한편, 독립 전후로 옆 나라 말리와 함께 말리연방을 형성하였으나, 말리의 지도자이던 모디보 케이타의 대중주의, 급진적 사회주의, 무슬림 신자라는 특징은 온건 사회주의 친-프랑스 가톨릭 교도이던 상고르와 잘 맞지 않았으며, 세네갈 인구 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을 부추겨 상고르를 끌어내리려는 케이타의 계획이 발각되면서 말리연방은 종국을 맞이하였습니다.
이후 상고르는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의 일부인 세네갈 사회당 소속으로 사회주의적 이념을 공언하면서도, 프랑스 기업의 기존 지분을 용인하고 산업의 탈프랑스화를 통한 아프리카인들의 계승을 꺼려했습니다.
또한 프랑스 군대의 주둔까지 허용하며 프랑스와의 밀착을 통한 경제 발전을 꾀했으나, 땅콩, 면화, 수산업과 같은 1차 산업과 인광석 광업에 기반하는 세네갈의 경제구도는 별로 변하지 않았으며 관련 조직들의 무능과 부정부패는 장기 집권이 계속될수록 심해지기만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세네갈의 경제는 국제 경기에 따라 20년간 마이너스 성장과 플러스 성장을 널뛰기하며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며, 경제난과 독재에 항의하는 시위대에게 상고르는 임기 중반엔 최루가스 살포를 통한 무자비한 시위대 탄압으로 대응하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강압적 통치에 한계를 느꼈는지 1976년엔 제한적인 다당제를 도입했고 78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그동안의 통치에 대한 정치적 정당성을 얻자 2년 후 은퇴를 선언하며 중도 퇴임했습니다.
이로써 세네갈은 아프리카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자진해서 물러난 지도자를 가진 나라가 됐으며, 이는 1981년의 완전한 다당제 도입과 함께 프랑스식 이원정부제에 기반한 세네갈 민주주의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또한 상고르는 1983년엔 아프리카계로는 거의 처음으로 프랑스 아카데미 회원 자리에 선출되며 문학적 성과까지 인정받으면서 완벽한 개인적 결말을 맞게 됐습니다.
상고르가 퇴임한 자리를 물려받은 압두 디우프는 83년, 88년, 93년 세 차례의 연임에 성공하였으며, 재임기간 동안 신속하고 적극적인 에이즈 확산 대처(2% 안팎으로 통제 성공)와 세네갈 경제의 고질병이던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탈출과 같은 큰 성과를 거두었으나, 모리타니와의 국경분쟁과 언어문제로 붕괴되며 실패로 돌아간 세네감비아 연방(82-89)과 야권 및 남부 카자망스 분리주의 세력에 대한 유무형의 탄압, 그리고 부정선거 논란 직후 비상사태 선포와 같은 흑역사도 동반되었습니다.
그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 가운데 치러진 2000년 대선 결과, 1차 투표에선 압두 디우프가 41%를 득표하면서 1위에 올랐지만, 2차 투표에선 78, 83, 88, 93년 대선에 모조리 나왔던 상고르-디우프 정부의 오랜 숙적이자 저명한 야권 지도자 압둘라예 와데가 58.5%를 획득하며 세네갈 40년 역사상 첫 정권 교체에 성공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수십년 만에 자리를 내주게 될 디우프와 여당 측의 거센 반발로 인한 폭력 사태 우려가 번졌으나, 뜻밖에도 디우프 본인이 와데의 승리를 축하하며 패배를 선뜻 시인하면서 세네갈 민주주의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에 감동한 와데가 디우프의 대승적인 패배 수용은 노벨 평화상에 버금갈 일이라고 표현할 정도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 낸 사상 첫 정권 교체와 대선 직후 이루어진 개헌 및 조기 총선으로 인한 여야 과반교체에 세네갈인들의 기대감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였으나, 정작 압둘라예 와데는 집권 말기로 갈수록 본인이 비판하던 여권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답습하며 시민들을 실망시켰습니다.
2007년엔 부정선거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선 1차 투표 55.9% 재선과 여당 개헌선(130/150) 장악을 통해 정치적 최전성기를 달렸으나, 아들을 후계자로 삼겠다는 야욕 하에 무리수를 두면서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그 결과, 2009년 지방선거에선 여당이 주요 도시들에서 대패하고 후계자로 주목받던 아들 카림 와데가 낙선하는 결과를 받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뒤집기 위해서 10월엔 헌법 재개정이 이루어졌으나, 싸늘한 국민적 여론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2010년엔 북한의 지원을 받아 독립 50주년을 맞이하여 아프리카의 자부심을 세우겠다는 명목 하에 거대 동상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건설하며 우상숭배에 부정적인 세네갈 이슬람 지도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으며, 세금 낭비라는 국민적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게다가 2011년엔 25% 득표로도 당선 가능 및 부통령직 신설 개헌을 시도하면서 에너지 부장관인 아들을 부통령으로 세워놓고 세습을 하겠다는 의도라는 전면적인 반발(다카르, 파리, 몬트리올 등 프랑스어권 주요 도시들 전역에서 개헌 반대 시위)을 산 끝에 결국 철회하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2012년엔 수십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로 떨어지며 세네갈인들의 불만이 가득 차 있던 차에, 스스로 동의한 헌법을 뒤집고 3선에 출마하는 무리수를 둔 끝에 대선 2차 투표에선 오히려 득표율이 더 줄어드는 결과(34.81%->34.20%)를 받아들며 세네갈 사회당과 연합한 희망연합의 마키 살 후보에게 참패(65.80% Vs 34.20%)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12년 7월 치러진 총선에선 이전의 선거들처럼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 희망연합이 개헌선을 뚫는 초압승(119/150)을 거두었으며, 대통령 임기 7년의 중간평가 격이 된 2017년 총선에서도 압둘라예 와데의 귀환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결과(125/165)를 보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2016년 감비아 대선에서 독재자 야히아 자메가 낙선한 것은 양국 관계 개선을 통한 외교적 안정에 큰 호재였습니다.
하지만 2019년 대선 압승(58.26%) 이후 여당 독단으로 추진한 대통령 중심제 개헌이 마키 살 대통령의 3선 불출마 철회와 맞물리며 거센 반발을 샀으며, 40%에 달하는 실업률과 빈곤선 아래에 살고 있는 50%의 인구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 악화와 마이너스 성장률 재진입 위험에 더욱 고통스러워하면서 민생과는 동떨어진 정치 책략에 반감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2021년 3월에 46세의 민중해방연합 지도자 우스마네 손코 세네갈 애국자당 대표를 성폭행 혐의로 체포하고, 가는 길에 지지자들을 선동한 혐의까지 추가한 것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와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의 우려 표명으로 이어진 뒤 보석 석방으로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여러 차례 연기된 끝에 치러진 22년 1월 23일 세네갈 지방선거 결과, 수도 다카르 등의 주요 도시들을 야권이 장악하고 남부 최대 도시인 지긴쇼르에선 아예 손코 야당대표가 시장직에 오르면서, 1998년 총선 정도를 제외하면 오랜 시간 동안 여당들의 개헌선 돌파 놀이터이던 2022년 7월 총선이 완전히 다른 결과를 보일 거란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이에 당황한 여권은 대통령 중심제 개헌을 철회하고 이원정부제 및 총리직 재도입을 공언하였으며, 또 한편으로는 손코 야당대표와 칼리파 살 전 다카르 시장, 카림 와데 같은 야권 주요 인사들의 총선 출마 자격 박탈을 종용하며 당근과 채찍 전략을 펼쳤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석유 및 가스 연료가격 요동 및 인플레 악화가 계속되면서 더 이상 과반을 장담할 수는 없게 됐습니다.
그리고 7월 31일 치러진 세네갈 총선 최종 개표결과, 중간발표 당시 단독 과반 재확보를 주장하던 여당의 말과는 달리 반-성소수자 캠페인을 기치로 지역구에서 선전한 민중해방연합과 비례대표에서 선전한 세네갈 구국연합(압둘라예 와데 소속)의 협공을 받아 간발의 차로 단독 과반에 실패한 것이 드러나면서, 3선 개헌은 고사하고 여권의 지원을 받던 총리와의 관계마저 틀어지게 된 끝에 여당의 2024년 대선 전망이 점점 암울해지는 중입니다.
이러한 세네갈의 정치 흐름은, 최근 한국으로부터 4기의 KA-1S 웅비 전술통제기/경공격기를 도입한 것에 이어, 서아프리카에선 과잉 전력이라는 국내외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도로 FA-50 초음속 경전투기 2-4기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기에, 갈치 수입 같은 수산업 협력과 함께 향후 소규모 단위로라도 군사 및 방산 협력 여부 등을 놓고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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