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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아시아

[속보] 터키(튀르키예) 대선+총선 개표결과.jpg

by 아스트로패스 2023. 5. 16.

2023년 터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 최종결과(투표율: 88.84%[+2.60])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인민동맹): 49.50%(-3.09)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 대표(국민동맹): 44.89%(-2.33)

시난 오간 승리당 대선 후보(선조동맹): 5.17%(+5.17)

무하렘 인제 조국당 대표(사퇴이나 투표지 잔존): 0.44%(+0.44)

 

에르도안-클르츠다로을루 결선 진출

에르도안 선전, 클르츠다로을루 부진

시난 오간 예상 밖 5%대 득표 두각

 

 

(MP: 조국당, BBP: 대연합당, AKP: 정의개발당, YRP: 신복지당, MHP: 민족주의행동당, YSP: 녹색좌파당+[HDP: 인민민주당], TIP: 터키 노동자당, CHP: 공화인민당+[DEVA: 민주진보당, GP: 미래당, SP: 행복당, DP: 민주당], IYI: 좋은당, ZP: 승리당, DIGER: 기타 정당/무소속, AP: 정의당)

 

2023년 터키 총선 최종결과(투표율: 87.00%[+0.78])

 

정의개발당(우익, 국민보수주의, 이슬람주의, 반EU): 35.58%(-7.29), 267석(-28)

공화인민당(중도좌파, 사회민주주의, 세속주의, 친EU): 25.33%(+2.68), 169석(+23)

민족주의행동당(극우, 네오-파시즘, 국수주의, 반EU): 10.07%(-1.03), 50석(+1)

좋은당(중도우파, 사회자유주의, 세속주의, 친EU): 9.69%(-0.27), 44석(-1)

녹색좌파(좌익, 민주사회주의, 세속주의, 쿠르드족): 8.81%(-2.89), 61석(-6)

신복지당(우익-극우, 행복당 탈당파, 이슬람주의, 반EU): 2.82%(+2.62), 5석(+5)

승리당(우익-극우, 좋은당 탈당파, 민족주의, 세속주의): 2.23%(+2.23), 0석(=)

노동자당(좌익-극좌, 마르크스-레닌주의, 좌익대중주의): 1.73%(+1.73), 4석(+4)

대연합당(극우, 국수주의, 국민보수주의, 사회보수주의): 0.99%(+0.99), 0석(=)

조국당(중도좌파, 공화인민당 탈당파, 세속주의, 친EU): 0.92%(+0.92), 0석(=)

정의당(재건, 중도우파, 자유보수주의, 경제적 자유주의): 0.20%(+0.20). 0석(=)

민주진보당(중도우파, 자유보수주의, 소수자권익, 친EU): 공화인민당 명부

미래당(중도우파-우익, 보수주의, 경제자유주의, 친EU): 공화인민당 명부

행복당(극우, 종교민족주의, 종교보수주의, 이슬람주의): 공화인민당 명부

민주당(정의당 후예, 중도우파, 자유보수주의, 친EU): 공화인민당 명부

기타 군소 정당/무소속 후보들: 1.62%(+0.93), 0석(=)

 

제1여당 정의개발당 10.25%p차 1위

 

 

인민동맹(AKP+MHP+BBP+YRP): 49.46%(-4.20), 322석(-22)

국민동맹(CHP+IYI+SP+DEVA+GP+DP): 35.02%(+1.07), 213석(+24)

노동자유동맹(YSP+TIP, 대선 불출마): 10.54%(-1.16), 65석(-2)

선조동맹(ZP+AP, 반-에르도안 보수파): 2.44%(+2.44), 0석(=)

조국당(공화인민당 탈당, 대선사퇴): 0.92%(+0.92), 0석(=)

기타 군소 정당/무소속 후보들: 1.62%(+0.93), 0석(=)

 

여당연합 인민동맹 과반 확보하며 총선 승리 확정

야당연합 국민동맹 총선 패배하며 결선 우려 폭증

 

 

전체 의석: 600석

과반 의석: 301석

비례대표 봉쇄조항선: 7%

 

 

지난 이야기:

https://gksejrdn7.tistory.com/77

https://blog.naver.com/gksejrdn7/223039414759

https://blog.naver.com/gksejrdn7/222643531544

 

 

22년 초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친 이슬람 권위주의 통치가 국내외로 논란을 빚고 경제/안보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우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터키를 휩쓸고 있던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이 주요 야권 후보인 만수르 야바스 앙카라 시장/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 대표와의 대선 양자대결 모두에서 최대 두 자릿수 차로 밀리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AKAM 조사에서는 만수르 야바스 후보 27.0%p라는 절대 격차를 보일 정도로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반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정당 여론조사에서는 여당 정의개발당/민족주의행동당 연합 인민동맹이 야당 공화인민당+좋은당 연합 국민동맹과 쿠르드계 인민민주당, 정의개발당 탈당파에게 밀려 과반의석을 상실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코로나로 인한 지지율 상승이 현 시점에서 거의 남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극심한 인플레로 인한 현 정부에 대한 염증이 만연해 있음을 뜻했습니다.

 

이 모든 일은 2019년 6월 23일 치러진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가 중도좌파 에크렘 이마모을루 공화인민당 후보의 압승으로 마무리된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 2019년 3월, 터키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 시장선거가 터키 전국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져 초접전 끝에 에크렘 후보 0.16%p차 승리로 끝났지만 에르도안 대통령  여당 정의개발당의 선관위 압박으로 논란 끝에 재투표 결정이 내려진 바 있습니다.

 

해당 지역에 무려 이을드름 현직 총리라는 초대형 후보를 꽂았는데다 에크렘 실제론 그리스인이라는  각종 흑색선전을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불안 및 부정부패 논란으로 에르도안의 정치적 고향이던 이스탄불마저 등을 돌렸다는 결과가 나오자 아예 선거를 무효화해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온갖 정치적 무리수를 두었으나 여당 후보 9.22%p차로 더욱 처참하게 패하면서 집권 정의개발당은 대망신을 당하는 신세가 되었으며, “이스탄불을 차지하는 자가 터키도 차지할 것”이라는 에르도안 본인의 말처럼 국정 장악력에도 상당한 타격이 갈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20년 초, 여당인 정의개발당 후보가 대선 1차 투표에서 40%도 못 넘기는 조사가 나왔었습니다. 게다가 정당 여론조사에서도 여당 정의개발당/민족주의행동당 연합이 의회 과반을 상실하는 결과가 나타났었습니다.

 

정의개발당 원년 멤버이던 알리 바바잔 전 경제부총리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전 총리가 지방선거 여당 참패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선을 비판하며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한 것이 여당 지지율 폭락에 치명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연립정당인 민족주의행동당과 합쳐도 240석에 머물면서 과반(301석) 유지에 치명적인 애로사항이 꽃피게 된 데다, 신임 시장의 선풍적인 인기로 대선 패배 가능성도 생길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게다가 최근엔 외교와 시리아 전선에서도 삽질을 반복하며 국민들 사이에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외교에서는 미국과 관계 악화로 주문한 F-35 전투기를 아직도 못 받는 상황입니다. 이에 러시아와 가까워져 S-400 지대공 미사일을 구입하는 등 관계 개선에 힘썼으나 시리아 전선에서 크게 충돌하며 오히려 관계가 더 벌어져버렸습니다. 거기다 2016년 쿠데타 관련 공군 인력 숙청으로 조종사 인력풀이 매우 떨어져서 전투에서도 부진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 와중에 그리스와 유럽연합에게 시리아 난민 통과를 무기로 지원압박을 높이는 등, 사방을 적대관계로 둘러싸이게 만드는 중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타 국 지도자들의 지지율이 위기 시에 상승하듯 에르도안의 지지율도 불안감 속에 올랐으며, 16년 군사 쿠데타 전후 수준으로 복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야권의 유력 주자인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의 지지율도 덩달아 50%대로 상승하는 등, 코로나 지지율 버프는 에르도안만 얻은 게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터키 내에서 코로나 확산이 더욱 악화되면서 여당연합 지지율이 역으로 하락함에 따라, 각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아야 소피아를 모스크로 되돌리는 등 이슬람 보수주의자들의 호응을 얻기 위한 에르도안의 각종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터키 측이 형제국으로 여기고 지원하던 아제르바이잔이 사실상 승리함에 따라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율이 승전 분위기를 타고 재상승할 가능성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20년 연말 조사들에서는 대통령, 여당 모두 부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KSOY 조사에선 그전 달에 비해 소폭 상승하였지만, 여전히 상위 후보 2인과는 오차범위 밖에서 밀리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대선과 총선이 2023년 초에 있는 만큼, 1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여당 측이 어떤 정치공작을 행할지 모르기에 결과를 속단하긴 이릅니다. 게다가 조사마다 결과가 다르기에 의 승리를 확신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 무하렘 인제 전 공화인민당 대선후보가 차기 경선에서의 경쟁력 부족을 체감하곤 당내 비민주성을 명분으로 탈당하고 조국당을 창당하는 등,  내 분열이 점화될 경우엔 형편없는 결선 득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선 없이 여유롭게 과반 득표를 확보하던 2010년대에 비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인기가 형편없이 떨어지며 정의개발당의 철권 통치와 콘크리트 지지층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음이 드러난 만큼, 더 이상 1차 투표에서의 압도적인 승리로 조기 종결 같은 게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에르도안 대통령 셀라하틴 데미르타쉬 인민민주당 대표와 맞붙을 경우, 비교적 균일했던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터키인들의 반-쿠르드 감정이 해당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21년 3월에 들어서자, 에르도안 대통령이 고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조장한다는 본인의 지론에 반대하던 터키 중앙은행 총재를 취임 4개월 만에 또 경질하고 정의개발당 의원을 그 자리에 앉히면서 금리 인하를 시사하자,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고 국가부도 위험지표가 상승하게 됐습니다.

 

여기에 더해 17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과 환경파괴가 우려되어 국민적 반대가 심한 이스탄불 운하 공사를 강행하고 정의개발당의 마피아가 연루된 의원 부패, 마약 밀매, 성범죄 논란까지 터지자, 여당의 독단적 국정 운영에 염증을 느끼던 터키 시민들이 본격적으로 돌아서기 시작하여 14년만에 사상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20%로 추락한 끝에 제1야당 공화인민당에게 1위 자리를 위협당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게다가 결선 투표 조사에서도 지금까지 높은 경쟁력을 보여주었던 만수르 야바스 에크렘 이마모을루 뿐만 아니라, 주요 야당 대표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메랄 악셰네르와의 가상 대결에서도 에르도안이 패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집권 여당 연합 인민동맹에게 큰 근심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추세는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서 정의개발당 후보의 우세를 유일하게 주장했을 정도로 여당에게 극도로 유리한 조사기관인 ORC에서도 나타나는 등, 에르도안의 치적 중 하나였던 경제지표마저 흔들리자 민심 이반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는 상황입니다.

 

그 후 21년 후반기엔 대부분의 조사에서 인민동맹 국민동맹에게 패하면서 쿠르드계 인민민주당의 봉쇄조항 돌파 실패 시에도 과반을 상실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AKAM 조사 등에서는 제1야당 공화인민당이 제1여당 정의개발당 수십년 만에 역전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에르도안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한 환경이 전개되는 와중에, 2021년 터키 경제는 9%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언뜻 안정적 회복을 이루어 가는 듯했지만, 21년도 물가상승률이 무려 48.7%를 찍은 데다 에너지, 교통, 식품, 가전/가구 등 생활안정과 직결되는 핵심요소들의 물가상승이 50%를 초과하는 등 경제회복을 무색케 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인플레를 조장한다는 경제적 신념을 이자 청구를 금지했던 이슬람 율법(샤리아)까지 들먹이면서 전혀 꺾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에 반발하는 중앙은행 총재들을 세 차례 경질하면서 21년 9월 이래 연달아 금리를 인하하며 19%->14%로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끌어내렸습니다.

 

이에 시장은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즉각 화답하며 대통령의 요구에 억지로라도 부응하려는 터키 중앙은행의 노력을 분쇄하고 외환보유고를 빠르게 고갈시켜버리면서 나라 곳간을 마이너스 통장으로 전락시키는 중입니다. 여기에 더해 수천명의 의사 등 고급 인력 상당수가 상대적 박봉과 살인적인 물가를 견디지 못하고 국외이주 행렬에 합류했습니다.

 

에르도안의 집권 초 최대 인기 요인이던 경제 발전 신화를 임기 막판에 알리 바바잔 등 경제 공신들을 대거 쫓아내며 독선적 운영을 거듭한 끝에 스스로 붕괴시켜버리고 만 것입니다.

 

금리 동결 선언 이전까지 지속된 해당 현상으로 인한 터키 경제 위축은 사실상 종속관계를 맺고 있는 터키계 미승인국 북키프로스 공화국에도 불똥이 튀게 만들었습니다. 판데믹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각종 터키 발 지원이 축소되면서 경제난과 전력난이 더욱 악화된 것입니다.

 

그 결과, 22년 북키프로스 총선에서 공화인민당과 비슷한 제1야당 공화튀르크당 득표율이 무려 11%p나 폭등하면서 정의개발당과 유사한 민족주의 우파 성향인 제1당 민족연합당을 한 자릿수 대(7.5%p)로 따라잡고 여당 단독 과반을 붕괴시키는 등, 터키 주류 보수 그 연대 세력에 대한 불만이 앞마당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렇듯 에르도안 본인이 바라던 대로 전세계 튀르크족을 아우르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로 자리매김하기는 고사하고 앞마당인 북키프로스의 불만도 제대로 잠재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무인기 등 협력관계를 맺은 현 터키 정부의 외교안보적 대응이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터키 시민들이 상당한 상황입니다.

 

결과적으로 에르도안은 정치적 우군 민족주의행동당 6%도 간신히 넘기며 극도로 위축되고 민주진보당에게도 역전되기 직전인 상황에서, 본인은 인기가 비교적 덜했던 공화인민당 대표한테도 두 자릿수 차로 크게 밀림에 따라 2023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생을 통틀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반전카드가 요구되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이 때문인지 22년 12월엔 선관위의 시장 선거 무효 결정 비판 경력을 빌미삼아 사법부를 움직여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에게 징역 2년7개월을 내리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키면서, 쿠르드계부터 종교보수파까지 아우를 수 있는 잠재적 확장성 강한 당내 중도파를 초장부터 뿌리뽑고, 에르도안과의 차별점이 적은 야바스와 오랜 무색무취 대표생활(2010-)과 알레비파 배경으로 국내외 호불호가 강한 클르츠다로을루 카드를 강제하여 정의개발당에게 있어서 선거 변수를 줄이거나 메랄 악셰네르 등과의 경쟁을 붙여 야권 분열을 조장하려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대외 국명 변경(터키->튀르키예)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의 성공적 군사 지원(바이락타르)으로 시리아에서의 부진을 뒤로하며 고무되고 있는 민족주의적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나토 가입국이자 흑해와 지중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절묘한 입지를 전쟁 중에 재부각하여 쿠르드단체 지원을 명분으로 스웨덴-핀란드의 가입을 저지하며 줄타기 지원 얻어내기(F-16V 대체 수입 시도, 러시아와의 협력 묵인받기)로 나아가면서, 실제로도 지지율을 반등시키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은 23년 2월 6일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이 터지며 사망자만 수만명에 이르면서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1999년 이래 지진 대비를 위한 재원 마련을 명분으로 6조원 상당의 지진세를 받고 내진설계 회피를 묵인해줬건만, 법안 제정 이후 시간의 절대적 지분을 차지하는 에르도안 집권기(2003-)에 이를 대체 어디에 쓴 건지, 남아있는 건 있긴 한지 대대적인 국민적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게다가 구조 요청에 도움이 될 트위터 등의 SNS가 정의개발당 정부에 의해 진작 차단되어 있었고, 대통령 자신의 입으로 이런 지진은 어차피 대비 못했다고 말하는 악수를 범하면서 여론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습니다.

 

당황한 에르도안은 재난에도 불구하고 5월 14일로 선거 앞당기기를 철회하지 않는 승부수를 던지며 야권의 파상 공세를 조기에 돌파하려 했으나, 지진 여파가 제대로 반영되기도 전에 지지율 상승세가 멈추는 적신호가 들어왔습니다.

 

한편, 야권 , 그 중에서도 공화인민당은 이번이 터키 민주주의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 속에 쿠르드계는 일단 차치하더라도 나머지 정당 사이에선 성향을 막론한 확실한 연대를 구축하고자 했으며, 대선에서도 변수를 최대한 없애고자 쿠르드계와의 결선 연대가 어려운 야바스나 사법 악재가 터진 이마모을루가 아닌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 대표 본인이 선거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중도 경쟁력을 중시하고 기왕이면 자신과 비슷한 반-쿠르드 보수파이던 야바스를 선호하며 클르츠다로을루의 경쟁력과 국정운영 능력, 대통령 당선 시 내각제 전환 약속에 의구심을 표하던 좋은당으로부터 노욕이라는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선거가 3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독자 노선을 선포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좋은당의 독자 노선 움직임은 에르도안 초장기집권과 사회통제 강화에 진저리를 내던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무지막지한 역풍을 불러온 나머지, ALF 여론조사 결과 지난 조사 대비 무려 6.9%p나 폭락하고 공화인민당이 이를 고스란히 흡수하여 단독 1위로 올라선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대로면 캐스팅 보트는 고사하고 단독 원내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위와 같은 조사가 제대로 나오기도 전인 상황에서 메랄 악셰네르 좋은당 대표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건지, 만수르 야바스 앙카라 시장,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 그리고 다른 다섯 야권연합 대표들(메랄 악셰네르 좋은당 대표, 알리 바바잔 민주진보당 대표,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미래당 대표, 테멜 카라몰라올루 행복당 대표, 걸테킨 위살 민주당 대표)을 모조리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고 향후 내각제 전환을 약속받는 정도에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 대표와 타협을 이루어 마침내 야권이 에르도안과의 완연한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됐습니다.

 

인민민주당 또한 터키 노동자당[마르크스-레닌주의, 공산주의]과 노동과 자유 연합으로 출마하는 총선과 별개로 대선 본선에 후보를 내기로 했지만, 민족주의행동당 출신으로 공화인민당 내에서 반-쿠르드계 성향이 가장 강한 보수파 야바스 메랄 악셰네르 좋은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중도파 이마모을루도 아닌 온건파 클르츠다로을루가 나왔기에 에르도안 진영의 국고보조금 동결 공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결선에서는 암묵적 지지 선언을 내놓을 것이 확실한 만큼, 현재는 그야말로 에르도안 집권 이래 야권이 이만큼이나 결집한 적이 없다는 소리가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리고 해당 연합 전선이 발표되자마자 나온 두 여론조사에서 마침내 지진 역풍이 반영된 것인지 그동안 야바스 이마모을루에 비해 결선 경쟁력이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던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에르도안에게 두 자릿수 차로 압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그 중 하나는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서 친여권 편향으로 톡톡히 망신을 당한 ORC인 만큼, 타 조사에선 그 이상의 격차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야권에선 이대로 기세를 몰아 에르도안 진영의 부정선거 음모가 극대화되고 자칫하면 브라질처럼 여당 측이 결집하여 소수점 싸움이 될 결선 투표 없이 본선 초장에서 끝내겠다는 분위기이며, 이를 위해선 인민민주당 지지층의 대선-총선 전략 투표 정도가 어느 정도일지가 중요할 걸로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지난 대선에서부터 시작된 에르도안과의 불미스러운 유착 의혹을 받는 무하렘 인제 조국당 좋은당 내 반정부 세속주의 극우가 또다시 뛰쳐나온 승리당, 행복당에서 반-야권, 반-정부, 종교우파가 분리된 신복지당이 야권 표 분산에 얼마나 공헌할지가 결정적일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는 인민민주당 반-쿠르드 정부의 재정지원금 동결 압박을 탈피하기 위해 공산주의 성향의 노동자당과 손잡고 노동자유동맹으로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에르도안 정부 심판을 위해 대선 무공천을 선언했음에도 오히려 양대 후보 간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이상징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20년 집권세력에서 벗어나 대-쿠르드 온건파 집권, 야당연합 보수파의 아랍계 난민 송환 노선, 중립 외교 탈피를 통한 친서방/친EU 확고화, 튀르크적 이슬람민족주의 고취 등에서 상당부분이 바뀔 것이 가시화되자, 그렇잖아도 소수민족 출신 좌파 후보에 불만을 품고 인플레와 경제난에 덜 민감한 내륙 시골의 독실한 이슬람교도들 민족주의행동당의 잠재 지지층인 반서방 민족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중도층을 뒤흔드는 대대적 애국주의 선전이 개시되며 여론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추가로 최저임금 무려 55% 인상, 기초연금 두배 인상, 정년(남: 60세, 여: 58세) 폐지를 통한 조기연금 수령 허용 등의 선거맞춤형 대중주의 공약 세례가 물가상승률(85%->55%)이 조금이나마 꺾인 막판 들어서 조금씩 먹혀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중도 소구력이 강한 신선한 인사에 대한 무자비한 정치적 탄압, 민족주의행동당 출신이라는 보수성으로 인한 인민민주당 표 등 진보 야권 결집력 타격 우려 때문에 야권 3대 인기 후보(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 만수르 야바스 앙카라 시장, 메랄 악셰네르 좋은당 대표) 출마포기 및 부통령/총리 선회 전략이 정작 반드시 이겨야할 대선 결집력을 낮추는 야권의 악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두 자릿수 격차는 고사하고 1차 과반 실패에다 일부 친-정의개발당 조사에서는 역전 내지는 낙선하는 결과가 나오자, 막판까지 표 분산을 피하기 위한 사퇴 압박을 받은 무하렘 인제 후보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떨어지면서 케말로 다시금 옮겨가는 듯했으며, 결국 독자출마의 후폭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암묵적 지지선언과 함께 후보 사퇴를 발표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때마침 여론조사에서의 케말 하락세가 멈추고 이스탄불 시장선거에서 정의개발당을 지나치게 고평가한 조사기관 등에서도 야당연합 후보의 과반이 재차 가시화되면서, 터키 야권은 다시금 조기 정권 교체 및 총선 승리를 통한 내각제 전환 국민투표 개시의 희망에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러나 정작 23년 5월 14일에 대선 및 총선 개표가 개시되자, 터키 야권은 엄청난 당혹감에 휩싸였습니다. 19년 지방선거부터 야당 측으로 넘어온 이스탄불, 앙카라 등의 대도시 경합지와 야당의 텃밭이던 지중해 연안에서 생각보다 격차를 못 벌리고, 종교적인 아나톨리아 내륙 지방과 흑해 연안, 독일을 비롯해 친-에르도안 터키인이 많은 해외, 난민 관련 표가 상당하고 반정부 세속주의 쿠르드계의 영향력이 적은 시리아 서부내륙국경지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에르도안 진영 몰표가 나오면서 개표 진행에도 좀처럼 격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입니다.

 

개표 후반으로 갈수록 격차는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줄어들고 5%p미만까지 감소했지만 야권연합 소속인사들의 지난 대선 1차 득표 합계(무하렘 인제 공화인민당 후보: 30.64%, 셀라하틴 데미르타쉬 인민민주당 대표: 8.40%, 메랄 악셰네르 좋은당 대표: 7.29%, 테멜 카라몰라올루 행복당 대표: 0.89%)보다 낮은 이대로라면 1차 투표 승리는 고사하고 결선 1위 진출 가능성도 희박했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세속민족주의 성향의 여당연합 이탈층  무하렘 인제 지지층 시난 오간 승리당 후보를 꿩 대신 닭으로 지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최악의 경우 에르도안의 조기 승리 가능성까지 한때는 거론될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총선에서 민족주의행동당이 7% 단독 출마 봉쇄조항 통과 유무를 논하던 여론조사 이상의 성과를 보이며 여당연합의 과반 점유가 이어지면서, 대선+총선 승리 후 국민투표를 통한 내각제 전환으로 더욱 인기 있는 야권 인사 내각 수립이라는 기존 전략이 완전히 꼬여버렸습니다.

 

그러자 에서는 국영언론 비공식 추정은 믿을 수 없다며 자체 대선 합계 우위를 주장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민영기관 합계들도 국영언론 추합을 따라가고 결정적으로 선관위 공식 개표에서도 에르도안의 우위가 드러남에 따라 19년과 같은 공식개표 대역전극은 그저 무리한 주장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극심한 인플레와 지난 5년간 리라화 가치 80% 하락, 외환보유고 고갈, 어처구니없는 고금리-고물가 신념 고수로 인한 경제정책 혼란상(+임기 초반 경제 성장/정의개발당 창당 일등공신들[알리 바바잔 전 경제부총리/아흐메트 다우토을루 전 총리/압둘라 귈 전 대통령] 야권 이탈), 저축포기와 당일소비 급증으로 부글부글 끓던 도시 중산층과 달리 내륙과 흑해 연안, 시리아 국경지대 중심의 여당 콘크리트(정의개발당: 40%, 민족주의행동당: 10%)가 18년 선거 대비 결정적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이 드러난 셈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지진의 피해를 가장 심하게 입은 시리아 인근의 가지안텝이 에르도안에게 60% 안팎 몰표를 던진 점에서 매우 두드러졌습니다.

 

이에 따라 은 과반 문턱에 다다른 에르도안이라는 절대 열세 구도 속에 실낱 같은 역전극의 희망을 안고 2주 후인 23년 5월 28일 터키 역사상 처음 치러지는 결선 투표에 모든 것을 걸고 임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으며, 결선 최대 변수로 떠오른 반-에르도안 대통령제, 반-쿠르드 강성 세속민족주의자 시난 오간과의 그동안의 이견을 뒤로한 협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과 친-에르도안 세력이 처음으로 과반에 미달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 그나마 몇 안 되는 위안거리로 보입니다.

 

 

[요약] 대선 전까지는 극심한 인플레 사태 초래와 같은 경제 무능 등으로 지중해-대도시-쿠르드족을 규합한 세속주의 주류 야권이 수월한 정권 교체를 이루는 듯했으나, 막판에 내륙-흑해-시리아국경지대-해외표를 포괄하는 이슬람민족주의 콘크리트 결집과 대중주의 공약 공세를 통해 에르도안이 상당수의 예상을 뒤집고 대선 과반 득표에 육박하고 총선은 아예 과반 의석을 사수하면서, 2주 남은 결선까지 야권에 이 이상의 표 결집 필요라는 가시밭길이 펼쳐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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